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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   126

<기생충> 기택 가족
<기생충> 기택 가족

Q. 제목 <기생충>은 어떤 의미인가?
A. 영문 제목이라서 초기에는 다들 크리쳐 영화나 Sci-fi 영화로 짐작하더라. <괴물>의 영어 제목이 다 보니, 그것과 맞물려서 더 그런 것 같다. 여러 번 밝혔듯, 이 영화는 현실의 가족들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상생 공생의 삶을 원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기생의 처지로 내몰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이 잘 살고 싶어도, 같이 잘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그리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웃음과 공포와 슬픔을 담은 희비극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목 <기생충>도 반어적인 제목이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작명과도 맥락이 비슷한데, 살인이 어떻게 추억이 될 수 있나? 그래도 되는가? 한 시대를 기억하는 가늠자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뤘던 것처럼, <기생충>도 ‘과연? 왜? 그들이?’ 라는 반어적 뉘앙스와 맥락을 가지고 있다.
 
 Q. <기생충>의 장르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A. 인간 드라마다. 현재적인 동시에, 동시대성이 강한 영화다. 얼핏 독특하고 유니크한 상황들의 연속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나 인터넷에서 스쳐 지나가듯 봤을 법한 일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무척 현실적인 드라마인데, 굳이 누군가가 ‘범죄드라마다, 또는 코미디다, 슬픈 휴먼드라마다, 공포 스릴러다’라고 한다면 부인하지는 않겠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예상을 뛰어넘으려 했고 <기생충> 또한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기생충> 박사장 가족
<기생충> 박사장 가족

Q.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그들은 어떤 가족들인가?
A. 기택 가족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조차도 쉽지 않은 반지하에 사는 서민 가족이다. 반복되는 실패를 겪은 가장 기택과 대학 입시에 수차례 실패한 후 백수로 지내고 있는 아들과 딸. 그다지 잘 풀리지 않은 운동선수 출신의 아내로 구성되어 있다.
박사장 가족은 IT기업 CEO로(재벌가는 아닌) 새롭고 유능한 부유층 가족이다. 박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 가장같다.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고등학생 딸과 어린 아들. 이상적인 4인 가족처럼 보일 수도 있는, 세련된 도시 부유층 가정이다.

Q. 두 가족의 캐스팅을 어떻게 했는지,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A. 개개인도 중요했지만, 마치 축구팀이 구성되듯 서로 간의 조화와 앙상블이 중요했던 영화다. 가족이라는 느낌이 한눈에 믿어져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 맨 처음, 송강호 배우가 기택이 되었고, <옥자> 촬영을 하면서 최우식 배우가 송강호 배우의 가냘픈 아들을 연기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기 잘 하고 묘한 현실감을 풍기는 배우 박소담 씨가 최우식 배우와 닮은 눈매와 인상으로 그의 동생인 기정이 되었다. 가족이란 무척 육체적인 관계이기에 그들의 닮은 뉘앙스는 중요했다. 장혜진 배우는 <우리들>에서 생활감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결과 힘이 느껴지는 느낌이 좋아서, 송강호 배우가 연기하는 기택의 박력 있는 아내로 자리 잡았다. 박사장 가족은, TV 드라마에서 보는 상투적인 부유층의 느낌이 아닌 젠틀하고 친절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가진 배우들이 필요했다. 박사장 역의 이선균 씨는 원래도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점이 인상적이었고, 그의 아내인 연교 역의 조여정 배우는 아마 엄청나게 깊은 다이아몬드 광산인데 아직 아무도 모르는 듯해서 그 일부라도 채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캐스팅하게 되었다. 한 명이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라 두 가족이 끌고 가는 영화이기에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팀에 꼭 필요한 플레이를 해 주는 축구 선수 같은 느낌들로 각자 다 잘 해주어서 무척 고맙다. 

제 72회 칸영화제 현장
제 72회 칸영화제 현장

Q.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에 어떤 소묘라고 생각하고 만드셨는지 궁금하다.
A. 극과 극으로 양극화가 진행되어 가고 있는 있는 우리 시대의 슬픈 코미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외의 대안이 없는, 자본주의가 유일한 세계 질서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맞닥뜨린 부정할 수 없는 질서다. 현실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백수 기택 가족과 박사장 네의 동선은 절대 겹칠 일이 없다. 유일하게 양극단의 경제 계층 사이에 동선이 겹치는 경우는 과외 선생님이나 가사도우미 같은 직군에 해당된다. 숨결이 맞닿을 정도로 밀접하게 두 계층이 만나는 순간이 있다. 이 영화는 두 계층이 만나 어느 한쪽도 악한 의도를 품고 있지 않지만, 자칫 삐걱거릴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균열과 파열음을 따라간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신분과 계급이 있다. 그걸 잘 포장해서 감춰보려고 하고, 표면적으로는 신분제를 구시대의 유물처럼 비웃지만, 계층 간에 건널 수 없는 선이 짙게 그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양극화되어 있는 사회의 모습이 두 계층이 만나는 묘한 접점에서 가장 민감하고 예민하게 우리 살갗에 와닿는 것처럼,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그 틈새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주면 좋겠는가

A. 그냥 보고 나서 온갖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보고 나면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갈래 없이드는 생각들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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